[이관우 기자의 여기는 리우!] "태극마크 달고 샷 해보니 가슴 벅차고 설레요"

입력 2016-08-09 18:27  

남자 골프 'K브라더스' 첫 연습라운드 동행기

코스공략 훈수 둔 최경주 코치
덤불·모래 지역 가면 낭패…우드 티샷이 나을 수도

메달욕심 드러낸 안병훈
부모님이 못 딴 금메달 목에 걸어드리고 싶어

자신감 내비친 왕정훈
그린 부드럽고 빠르지않아…바람이 변수지만 해볼 만



[ 이관우 기자 ] “자꾸 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쪽으로 쳐야 하죠?”(안병훈)

“생각 없이 쳐. 머리 굴리지 말고!”(최경주)

“우하하!”(일동)

9일(한국시간) 오후 3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의 바하다치주카 올림픽골프코스(파71·7128야드). ‘탱크’ 최경주 코치(46·SK텔레콤)와 안병훈(CJ·25), 왕정훈(21)이 연습라운드를 했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골프 국가대표 ‘팀 코리아’가 구성된 뒤 처음 하는 실전 연습이었다. 초속 6m에 달하는 강한 해풍이 불었지만 이들은 “연습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라며 어지러운 바람을 오히려 반겼다.

왕정훈은 하루 전날 도착해 이날 오전 혼자 코스를 돌아봤다. 안병훈은 이날 오전 리우 갈레앙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골프장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최경주 코치는 닷새 전 리우로 날아와 일찌감치 짐을 풀었다. 코스를 먼저 돌아보고 전략을 짜기 위해서다.

‘세 남자’가 드라이빙 레인지에 모여 몸을 풀기 시작했다. 안병훈이 아이언과 우드, 드라이버 순서로 샷을 점검했다. 왕정훈은 주로 아이언샷 연습에 집중했다. 그는 “바람이 강해 아이언샷을 얼마나 똑바로 치느냐가 결국 승부를 결정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샷을 지켜보던 최경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안병훈에게 다가가더니 말했다. “왼쪽 바람이 부니까 평소보다 클럽 페이스를 좀 닫아서 낮게 쳐봐. 바람을 이기려 하지 말고.”

안병훈의 공이 바람을 가르며 낮게 날아가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최경주는 “결이 있는 바람이 아니라 소용돌이처럼 성긴 바람”이라며 “자칫하면 억센 덤불과 모래가 뒤섞인 지역으로 날아가 한 타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드라이버샷보단 정확한 우드 티샷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3번우드-3번우드 전략이다.

9개홀로만 치러진 연습라운드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어이없는 수준’의 숙소 얘기가 화제로 떠오르자 폭소가 잦아졌다. 최경주가 운을 뗐다. “난 하루 만에 못 견디고 나왔잖아. 세면대 물을 트는데 물이 밑에서 솟구치더라고. 나 참.”

‘잠을 잘 수준이 못 된다’던 왕정훈도 곧 숙소를 바꿀 예정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안병훈 역시 예정된 방을 포기하고 별도의 숙소에 짐을 풀기로 했다.

선수들은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두 번씩 샷을 했다. 드로, 페이드, 낮은 탄도, 높은 탄도 등 다양한 구질 중 바람을 뚫어낼 최적의 샷을 찾기 위해서다. 왕정훈은 벙커에 일부러 공을 집어 넣어본 뒤 벙커샷 연습을 대여섯 개씩 했다. 그는 “모래가 곱고 가벼워 벙커샷 거리를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홀에서 생각지도 못한 벙커샷 생크가 나자 멋쩍게 웃었다.

최경주는 “그린 스피드가 11피트 정도로 국내 대회 수준”이라며 “웨지나 아이언샷으로 공을 세우기엔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11피트는 112년 만에 골프를 정식종목으로 부활시킨 올림픽코스치고는 느린 편이다. 올림픽코스 안내요원인 제레미 하지는 “그린 잔디를 바짝 자르면 스피드는 빨라지지만 강렬한 브라질 햇빛에 금세 말라 죽는 게 문제”라며 “자칫하다간 다음주 여자 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을 위해 급조한 대회장 페어웨이는 일명 ‘중지’로 불리는 개량형 한국 잔디 ‘조이지아’로 만들었다. 잎이 빳빳하고 바짝 서 있어 페어웨이에서 아이언샷이나 우드샷을 치기가 좋다. 마치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치는 것 같아 아마추어 골퍼들이 특히 좋아한다.

코스를 돌아본 선수들은 ‘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프로골프투어 2승을 올린 왕정훈은 “바람이 예상보다 강하긴 했지만 그린이 부드럽고 빠르지도 않다”며 “익숙한 코스”라고 평가했다. 안병훈도 “바람이 변수일 뿐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훈 브러더스’는 국가대표가 처음이다. 왕정훈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골프를 하는 느낌이다. 벅차고 설렌다”고 했다.

메달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왕정훈은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세계랭킹 차순위 자격으로 리우행 티켓을 따냈다. 그는 “(올림픽 출전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인 만큼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한·중 탁구 커플 안재형(51)과 자오즈민(53)의 아들인 안병훈은 “어떤 메달이라도 딸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특히 부모님이 따지 못한 금메달을 꼭 목에 걸고 싶다”고 했다. 안재형은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에서 남자 복식 동메달을 수확했다. 어머니 자오즈민은 중국 대표로 출전해 여자 복식 은메달을 획득했다. 안병훈이 금메달을 따면 ‘금·은·동 가족’이 완성된다.

안병훈은 1조에서 아질송 다시우바(브라질), 그레이엄 딜렛(캐나다)과 함께 1, 2라운드를 치른다. 5조에 편성된 왕정훈은 니콜라스 콜사르츠(벨기에), 에스페 코프스타드(노르웨이)와 함께 티샷을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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